8월7일 훈련소에서....

 8월4일.  오늘 눈치챈건, 훈련소에서 받은 수양록 윗부분에 보람찬 하루였던 것이 어느덧 보람찬 한 주로 바뀌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 자대에 가면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들 때문에 (주로 전화) 수양록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쓰는 행위가 굉장히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군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훈련소와 다르게 TV가 있다. 입소식을 성공적으로 마쳐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여기에서는 그걸 뚫렸다고 표현하더라)

생각해보면 일주일에 한번씩 영화도 볼 수 있고 전화도 굉장히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생활공간이라는 곳에서는 장기, 바둑, 체스를

둘 수 있고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책도 엄청나게 많아서 (훈련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는 시간마다 굉장히 즐겁다. 이런게 바로

이등병의 천국이라는 후반기 교육장의 실태다.

 명세건이라는 꽤나 빠릿빠릿하고 생각과 행동에 개념잡힌 전우가 있다. 나와 취미도 비슷하고 우연히 나이도 같아서 훈련소에서

부터 서로 대화하며 나름대로의 친교를 쌓아갔는데 이 전우와 통신학교를 같이 뽑혀서 오게됐고 게다가 같은 생활관까지 쓰고있다.

자연스럽게 친해지게됐고 같이 교육계라는 특수임무를 담당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놈이 고열과 현기증으로 입실(병원에) 해 버렸다. 갑자기 여러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혼자서 교육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까였다)

 8월5일. 오늘의 하루는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실수연발' 교육계라는 특수임무를 처음 해 본 기념비적인 날이 완벽하게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처음해보는 일의 괴로움이란, 정말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하긴, 어떤 일이 괜한 게 있을까. 앞으로의 군 생활중 이보다 어렵고 고된 일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통신장비들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간단한 약식 시험을 보았는데 100점 만점에 40점을 맞고 말았다.

문제의 유형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정도면 막장이라는거다. 어휴, 정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게 맞나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문제의 유헝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실제로 기계도 만져보고 오늘처럼 못하면 혼나고 그러면서 배우는 거라고 본다.

(8월7일 현제 시험을 보았는데 100점을 맞았다. 크하하하하. 하다보니까 쉽다.)

 군에 들어오고 약 한달 반이 지났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보고싶고 알고싶고 먹고싶고 어서 사회와 소통하고 싶다.

아! 한가지 소원을 풀었다. 컴퓨터를 만지고 싶었는데 만지게 되었다는 것. 오랜만에 잡는 마우스와 키보드는 나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 마치 초등학교때 바둑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돌을 잡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저번에도 한 번 썻던 내용이지만 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는 없으나 잃어버린 것을 언젠가 다시 찾게 된다. 바둑. 컴퓨터 모두 나에

게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8월7일. 이제 이곳도 적응이 되어가려 하고있다. 훈련에 찌들어 검게 탔던 얼굴도 조금씩 조금씩 희게 되고있다. 교육계 특수보직

도 슬슬 적응되어 점점 쉬어진다. 이제 교육 중간중간에 짬을 내 게임도 하고 소설도 읽는다.

마치 고등학교로 돌아간듯한 느낌이랄까. 아 ! 그렇다고 학업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최근 본 시험에서 아주 양호한 성적으로 합

격하였으니 말이다.

 너무 생활이 편해 다시 살이 찔 지경이다. 이제 다시 열심히 공부해 모두 막힌 생활공간, 전화, TV등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다시 찾아야 하겠다. 오늘의 편지는 여기까지.

by 아이리앙 | 2008/08/20 08:21 | 트랙백 | 덧글(1)

2008/7/15 훈련소에서

사격 이야기. 오늘 기록사격이라 불리는 상당히 진귀한 체험을 했다.

약 백발정도의 실탄을 쏴보는 경험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격을 엄청 잘 쏜것도 아니어서 귀중한 총알을 낭비했다.

사격은 어렵다. 클리크 수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더더욱 고생했다.

결국 3번이나 되는 기회를 잃어버린 후

4번쩨에 가서나 성공할 수 있었다. 총 잘 쏘는 사람은 전화한다는데 나도 전화하고 싶다.

편지만으로 총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집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잠 못 이루지는 않지만서도 사람은

욕심때문에 계속해서 발전하려고 하듯 그런 감정은 어쩔 수 없나보다.

토먼트. 라는 게임을 보면 '충족되지 않는 정신의 매음글' 이라는 장소가 나오는데 매음글이라고

해서 여자와 성욕을 나누는 그런곳이 아닌 제목 그대로 정신의 욕망을 치우는 곳인데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곳에 있으면 육체는 건강해질 지언정 정신이 병든다. 썩는다, 그래서 사격을 잘 쏴서

사회와의 연결고리인 전화통화는 꼭 해야 하는 것이었다. 실패해서 괴롭다.

하루키가 쓴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보면 주인공이 도쿄의 지하 깊숙한곳 '야미쿠로' 라고 불리는

종족(?)의 본거지를 지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어둠속을 지나 가며

가장 하고싶어 했던 일은 신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읽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도 그런것이다. 정보의 단결은 어떤 형벌보다 무겁다.

by 아이리앙 | 2008/07/26 01:27 | 트랙백 | 덧글(1)

나에게

여기서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한다. 사회와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니, 느낌이 강한 것이 아니고 분리되어 있다. 사회에 선 느끼지 못했던 단절감. 그와 함께 무엇이든지 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케스트 어웨이라는 영화가 있다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사가 무인도에 떨어져 가장 먼저 한 일은배구공과 대화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자유를 행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말을 하는 것으로 몇 년 동안의 외로움을 견뎌냈다.

자유가 굉장히 억압된 곳이다. 이곳은 부모님께서는 실망하실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을 볼 수 없다는 고통보다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이 좀 더 크다. 아직도 군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곳에서 적응하겠지.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휴가는 얼마나 남았을까.

사회와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고있다. 놀고 싶다는 것과 소통하는 것은 다르다.

휴가를 나가면 사회에 정말 작은 발자취라도 남길 것이다. 그리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2010년이 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보이지 않을까.

물고기는 물 속에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사람은 죽는다.

by 아이리앙 | 2008/07/12 22:09 | 트랙백 | 덧글(1)

선호에게

아들 엄마다.

엄마가 오늘 두번째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아들 편지는 세번째 받았다.

아들이 아들 자신에게 쓴 세번째 편지를

읽고 아들이 느끼고 있는 가족과 사회와의 단절.

정신을 어떻게든 무장해야 한다는 아들의 각오를 읽고

얼마나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까 생각하면

한편으론 인생의 밑걸음이 될리라 생각하고

그 고통 함께 나누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구나.

선호야 무조건 악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길을 찾아라.

그 길을 찾다보면 때는 오고 참고 견디다 보면 웃는 날이 온다.

선호야 네 편지속에 휴가를 나가면 사회에 정말 작은 발자취라도

남기고 싶다는 내용이 엄마를 기쁘게도 하고 또 너 자신에게도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무덥다.

열대야 현상으로 밤에 잠도 못 잔단다.

그래도 우리 선호 생각하면 우리가족은 하나도 덥지도 않고

오직 너에 건강과 권투만 빌 뿐이다.

사랑한다. 2008년 7월 9일 밤 11시 15분 엄마가

by 아이리앙 | 2008/07/09 23:17 | 트랙백

왠지.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을 밤이다.


D-1



죽으러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사를 드려야 마음이 편할 듯 합니다.

제 조악한 이글루스에 방문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겁니다.

ps : 브라운 아이즈 3집 듣고있는데. 진짜 눈물이 주르륵.
가지마 가지마 최고. / 하지만 다른 곡들은 솔직히 별로다 'ㅅ')

ps2 : 추천하고 싶은 이글루 몇 개

http://homa.egloos.com/ 패러디의 본좌. 굽시니스트님 이글루.
http://news.egloos.com/ TV보다 빠른 뉴스. 자그니님 이글루.
http://snowcatin.egloos.com/ 재미있고 산뜻한 글. 스노우켓님 이글루.
http://color.egloos.com/ 각종 게임에 대한 새로운 시선. color님 이글루.
http://haruhi.egloos.com/ 컴퓨터 최적화와 유틸리티에 특화. 파인님 이글루.
http://ae86.egloos.com/ 청춘의 고민과 향이 풍기는. Nova_Mania님 이글루.
http://horori83.egloos.com/ 각종 애니자료와 코스자료의 메카. hororiさま님 이글루.
http://attic.egloos.com/ 로리사랑 나라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검은곰님 이글루.
http://gasstong.egloos.com/ 현직 게임잡지 기자, 게임에 대한 지식창고. 깨쓰통님 이글루.
http://tenshino13.egloos.com/ 달빠(?)라고 오해받는 논문자료같은 리뷰어. 베르쨩님 이글루.
http://sirius12.egloos.com/ 각종 음악(주로 락!)에 대한 좋은 정보창고. 리메님 이글루.
http://milliardo.egloos.com/ 게임, 아이돌(?), 성악까지 두루두루 넓은 취미를 가지신. 미리아르도님 이글루.
http://gundamst.egloos.com/ 거...건덕쿠! 로리콘! 로리콘짱님 이글루.



음흉한 미소 'ㅅ')

by 아이리앙 | 2008/06/22 21:21 | 일상(日常)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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